한 번씩 크게 아프고는 한다. 서러울 정도로 아프다. 그럼에도 차에 몸을 싣는다. 내일은 주말이니 오늘 하루 쯤은 그를 보기 위해 무리해도 괜찮겠지. 이 두근거림이 아파서인지, 그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두근거림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싶다.
아픈지 3일째. 쉬이 낫지를 않는 것을 보니 일 년에 한 두 번씩 크게 아플 때인가 보다. 마지메는 오늘이 공강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눈을 겨우 뜨고 시계를 봤다. 12시를 조금 넘은 시각. 키타는 부지런하니 아침에 이미 가게에 다녀갔겠지, 하고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느릿느릿 일어났다. 느리게 움직였음에도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해는 떴고, 나는 오늘 계획한 할 일이 있으니. 눈을 뜨자마자 드는 생각도 그, 입에 담는 말도 그다. 희망이 있지도, 그렇다고 없지도 않은 짝사랑을 어찌하면 좋을까.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린 효고 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모토마치 역에서 도카이도/산요 본선을 타고 한참을 간다. 40분 정도 조는 것을 반복하면 히메지 역에서 기신선으로 환승한다. 그리고 20분 동안 다시 졸기.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가면 근처에 도착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하는 여정, 이제는 다 외웠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니 2시간 정도의 여유를 잡아두고 언제든 오는 열차에 편히 탑승하곤 한다.
"어서오...마지메씨!"
"응...키타는?"
여기까지가 루틴. 마지메가 앞의 바 테이블에 앉으면 오사무가 키타에 대한 물음에 대답을 하는 동안 오니기리를 내 온다. 이 오니기리를 먹으러 먼 여정을 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에, 아침은 특별히 안 먹고 온다. 그런데 오늘은 늦잠으로 아침을 먹을 수 없었는데도 입맛이 없는 마지메였다. 게다가,
"니 오늘 늦게 왔네. 키타씨는 아침에 왔다 갔다."
"...아."
오늘치 납품을 모두 마치고 먼저 갔다는 키타. 그라서 당연한 것이지만서도 왠지 모르게 서운해지는 오늘이었다. 평소 같으면 늦게 온 자신을 탓했을텐데, 오늘따라 루틴을 지킨 키타가 왜 이리 미워지는 지 모르겠다. 마지메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들어올 때부터 보고 있었던 오사무는 연달아 괜찮냐고 물어봤다. 마지메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니기리를 깨작거렸다. 밥 한 입, 물 한 모금. 밥 한 입, 물 한 모금. 아, 약을 들고 왔었지. 가방을 뒤져 약 봉지를 북 찢었다. 평소 같았으면 너무 세게 찢어 폭발하듯 나왔을 약들이 그 자리에 있다. 얇은 봉투의 입구를 벌려 약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오니기리를 먹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여기 니 보러 오는 것도 있으니까."
마지메는 웃어보였다. 물론 티는 나지 않았다. 노력해도 크게 변하지 않는 마지메의 얼굴을 보며, 오사무는 마지메가 웃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읽었다. 키타에 이어 표정이 참 안 변하는 사람. 그런 사람 표정 읽는 거엔 도가 텄다. 감기몸살? 하고 묻는 오사무에게 마지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일, 드물지 않나? 하는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녹차를 내어오는 오사무에게 감사를 전했다. 오사무도 걱정되기는 매한가지였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아도 말은 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조용하다니. 그리고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키타를 보지 못 할 거라는 생각에 어깨가 더 늘어진 것 같았다. 기침은 별로 하지 않아도 이따금씩 하는 잔기침에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오다니. 꾸준하다. 괜히 키타씨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갑자기 또 문이 열리는 소리에 오사무는 다시 영업 모드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눈 앞에 서 있는 건 아침에 왔다 간 키타였다. 사실 아침에 마지메가 가게에 오지 않자 오사무와 키타는 뭔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다. 시간은 달라도 오전에는 꼭 도착하는 마지메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오늘은 올 계획이 아니었을 수도 있죠. 매주 이 시간에 오다보니 우리가 너무 익숙해졌나봅니더."
"...그런가."
"...아님 연락을 하겄죠. 먼저 해보는 건...?"
"며칠 전에 아프다고 문자가 오긴 했구마."
"아프다고예? 마지메씨가?"
"가-끔 심하게 아프다카더라."
마지메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볼 생각도 않다가 오사무가 매번 하는 '어서오세요~'를 하지 않아 그제서야 뒤를 돌아봤다. 어, 키타다. 하고 이번에는 티가 나게 웃어보였다. 키타는 표정 변화 없이 마지메를 쳐다보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와 마지메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에 들려있던 흰 색 비닐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뭔데?"
"니 아픈데 기어이 왔나."
"매주 하는 일인데 오지. 오사무 오니기리도 먹어야 하고."
"오늘 오래 있지 말고 퍼뜩 집에 가라. 어떻게든 왔을 것 같아서 다시 와 봤다."
키타는 마지메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열이 심한지 열감이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듯 했다. 손을 들어 이마에 대 볼까, 하는 순간적인 고민에 손이 조금 들렸지만, 이내 내리고 자리에서도 일어났다. 오사무에게는 내일 보자, 마지메에게는 다음에 보자, 라는 말을 남기고 키타는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키타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건 아무도 보지 못 했다.
"...자 화 났나?"
"화...라기보다는, 아픈데 컨디션 관리 안 하는 거 싫어하신다. 그래서 예전에 츠무 아픈데도 연습 나왔을 때에도 그랬고."
"으흠..."
"그래도 안에 보지. 츠무는 잘 먹고 빨리 나으라고 쪽지 써 줘서 감동 받았다 카던데."
"쪽지...? 없는데."
"에...급하게 사 왔나."
"그래도 세심하네, 꿀차에...이 과자는 뭐고?"
"어, 이거 내가 전에 맛있다칸 건데,"
"에..."
힘도 없었을 뿐더러 키타가 들렸다 간 시간이 20분도 채 되지 않아 실망할 대로 실망한 마지메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약간 어지러웠다. 약간.
쿵, 하는 소리에 오사무가 놀란듯 말했다. 마지메씨, 니 괜찮나. 의자에서 흘러내리다시피 쓰러져 바닥에 누운 마지메는 반응 할 기력도 없어 보였다. 누운 상태로 잠든 것 같았다. 그리고 오사무가 주방에서 나와 마지메를 일으키려 하자 마지메가 쓰러지는 소리가 가게 바깥까지 들렸는지 키타가 다시 가게로 왔다. 우짜죠, 하고 키타를 올려다보다 일단은 마지메를 안아 들어보려고 하는 오사무를 키타는 멈추었다. 그리고는 자기 등을 내어주며 업히게 하라고 했다. 키타는 늘어진 마지메를 업고 그대로 나갔다. 완전히 나가기 전에 고개만 뒤로 돌려 마지메의 가방은 내일 가지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자는 내내 너무 더웠다. 온 몸이 너무 뜨거워서 내 몸에 손을 대면 내 손이 데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뱉는 숨도 너무 뜨거웠다. 그렇지만 이마만큼은 차가웠다. 차가운 이마가 다시 더워질 때 쯤 다시 차가워졌다. 그 느낌이 몇 번이나 반복 되었다. 눈을 뜨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무표정의 키타였다. 어쩌면 조금 화난 얼굴일 수도 있다. 정신이 없어 표정이 잘 읽히지 않았다.
"어...키타..."
"열이 많이 나네."
"글네..."
키타는 마지메를 일으켰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다시 자라, 하고 한 팔로는 마지메를 받치고 한 손으로는 유리컵을 들었다. 머리가 너무 뜨거워서 키타의 말이 잘 들리지도 않았다. 대충 물을 마시란 소리겠지, 싶어 손을 뻗을까 하던 순간에,

"내, 니 좋아하는 거 아나..."
"어?"
"그래서 왔다 아이가...아파도 보고 싶으니까 오고...참고 오고...그런데 내가 늦게 와가지고 니는 없드라...다시 돌아와서 좋았는데...닌 뭐가 그렇게 화났노..."
할 말만 남기고 마지메는 다시 스르륵 잠들었다. 팔로 마지메를 받치고만 있었는데, 어느새 자신의 왼 품에 들어와 자고 있었다. 마지메의 열이 심해서 그런가, 목 뒤가 뜨거운 느낌이었다. 물은 이따 마시라고 해야겠다.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타고 들어왔고, 그 바람에 마지메의 앞머리가 엉망이 되었다. 마지메는 온 얼굴을 덮고 있는 머리칼을 건드릴 기력조차 없어보였다. 키타는 그런 마지메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물컵을 옆의 협탁에 두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오른손으로 머리칼을 정리했다. 머리칼을 다 정리한 뒤에는 계속 빗었다. 머리를 쓰담았다. 온갖 인상을 쓰며 자고 있던 마지메는 조금 편안해진 얼굴을 하고 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꼬르륵,
점마 아픈데도 배는 고픈가베.
키타는 옅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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